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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손 [Mother's Hand]

상세 정보 표
분야 장르별체계관리 > 문학 > 시 > 서정시
9분류 작품
집필자 최진이
시기1959년
제작자박호범
정의
<어머니의 손>은 독신자 합숙 식당 어머니의 손을 노래한 박호범의 시로서, 『조선문학』 1959년 7월호에 실렸다.
내용
시인이 전쟁 때 쓴 연시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의 연장선에 있는 시 <어머니의 손>은 북한에 발달한 합숙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택 건설과 공급을 국가가 책임지고 기혼남성에게만 구역 주택과나 공장 주택과(대기업의 경우)를 통해 주택을 공급하게 되어 있는 북한의 주택공급 제도는 인민군대 제대 때 국가가 요구하는 광산, 탄광, 농촌 등 지역들에 집단배치 받았거나 대학 졸업 후 타지에 임명받은 혼전 성년들이 합숙생활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 미혼 남성은 주택을 공급받을 권리가 없을 뿐더러 이는 여성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미혼여성은 “집을 주면 남자들 끌어들여 사회의 풍기를 문란시킨다”는 이유가 하나 더 붙어 있어, 주택공급이 불가하다. 기혼여성은 남편이 집을 받으므로 근심할 필요가 없었다. 미혼여성들은 부모집에서 살거나 부모의 집(국가 소유의 집이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대를 물려가며 사는 것이 가능)을 물려받거나 합숙생활을 해야 한다. 이런 주택공급 구조는 결혼적령기의 성인은 무조건 결혼해야 한다는 불문율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의 계획경제가 파탄나면서 합숙생활 조건이 열악해지고 주택을 사고파는 시대가 되어 북한의 합숙문화는 그 기능을 거의 잃어가고 있다.
이 시는 이런 독신자 합숙 식당에서 합숙생들의 밥을 지어주는 식모의 손을 ‘어머니의 손’으로 형상한 것이다. 시인은 식모를 “우리 어머니”라 부른다. 식당에 식모가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도 비슷한 또래의 제 자식 생각에 합숙생들에게 동정을 보이는 식모도 있다. 대체로 생활의 연륜이 있기 마련인 이런 식모를 부모 떠나 타지에서 합숙생활 하는 청년들은 자기 어머니를 찾듯 “어머니, 어머니” 하며 즐겨 따르곤 한다.

때로는 학교를 갓 나온 성급한 청년들이
출근이 늦는다 성화여도
어머니는 한번도 나무란적 없었더라,
초소에 있는 아들도 저 나이엔 밥투정도 했기에..
저들도 제 어머니 다름없이 응석을 부리기에..

시에도 노래되고 있는 바와 같이 합숙생활 하는 젊은이들이 마냥 순한 것만은 아니었다. 밥을 빨리 안 준다고, 밥이 설었다고, 국이 짜다고 식모들을 향해 으르렁거리기가 일쑤인 측들도 꽤 있다. 이런 건은 끼니마다 몇 번 정도로 발생하는 것이 정상인데 이에 대처하는 능력에 따라 “아, 어머니 최고” 혹은 “쌍놈의 노친네”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시에서 노래되는 ‘우리 식당 어머니’는 전자의 경우였던 듯싶다. 아니, 합숙 식당 식모를 여러 해 하다 보면 합숙생들의 단련에 도가 터서 대체로 식모들은 합숙생들의 어떤 성화에도 능숙해져 갔다.

저 손이 따뜻한 국그릇을 갖다놓을제면
그릇엔 어머니의 뜨거운 마음이 괴였는가,
제대군인은 령남땅 어머니를 생각하고……
젊은 용해공은 어려서 잃은 어머니를 생각하고……

자기도 아는 뻔한 투정을 번번이 웃으며 받아 주는 식당 어머니가 속으로야 어찌 고맙지 않으랴, 게다가 집 떠나 사는, 아직 애인도 없는 미혼의 젊은 남자에게 자기 어머니 또래의 식모가 끼니마다 따뜻한 밥이며 국그릇을 자기 쟁반에 놓아줄 때 그녀에게서 자신의 어머니가 연상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지주집여섯짝 소여물에 젖어있던 손-
삯빨래에 터지고 또 터졌던 손-
수령님 해빛아래 눈물 훔치며
붉은 당증을 가슴에 간직한
수수한 이 나라 어머니의 손-

시인의 머릿속에 자기 어머니의 수수한 손과 식모 여인의 수수한 손이 겹쳐지면서 어머니의 손이 곧 식모의 손길로 이어진다. 그리고 식모의 손은 자신은 물론, 제강소의 쇳물을 뽑는 많은 젊은이들, 영웅들을 받들어 내세워 주는 보배 손, 영웅의 손으로 다가온다. 전쟁을 치르고 공장을 제 손으로 건설하며 쇳물을 뽑는 사람들은 시에서 모두 영웅으로 호명된다. 그 영웅들이 먹을 밥을 끼니마다 만들어 주는 합숙 식당 식모 어머니의 손은 다름 아닌 영웅의 손인 것이다.
관련어 박호범
관련연구(남) 『통일문학전집 CD-ROM』, 서울: 한국문학예술진흥원, 2003.
관련자료(북) 박호범, 『영원히 행군길에서』, 평양: 문예출판사, 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