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검색 결과 바로가기
HOME > 디렉토리 서비스 > 가나다색인
이전 다음 A+ A- 인쇄

모자 [Cap]

상세 정보 표
분야 장르별체계관리 > 문학 > 소설 > 단편소설
9분류 작품
집필자 남원진
시기1946년 7월 25일
제작자한설야
정의
한설야의 <모자>는 소련 군인을 형상화한 최초의 단편소설이다.
용례/관용구
우리 민족을 일본 제국주의의 마수로부터 해방해 주었으며 또 북조선에 진주하여 민주주의적 발전의 제조건을 육성해 주고 있는 민족의 은인 붉은 군대를 취급한 소설로서는 내 과문(寡問)의 탓인지는 모르나 아직까지는 씨의 「모자」 한 편이 있음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안함광, 「북조선 창작계의 동향」, 『문화전선』 2호, 1947.
내용
1946년 7월 25일 북조선예술총련맹의 기관지 『문화전선』 창간호에 실린 한설야의 <모자>는 소련 군인을 형상화한 최초의 단편소설이라고 말해진다. 이 작품은 1945년 8월 북한에 진주한 우크라이나 출신 소련군인 ‘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전쟁에서 가족을 잃은 고통과 고향에 대한 향수에 사로잡힌 ‘나’가 조선 아이들과 친분을 가지면서 그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나’는 조선 소녀(옥)에게 자신의 딸 ‘프로싸’를 위해 간직해 온 모자를 건네준다. 이 모자는 북한과 소련의 친선의 표시이자 낡은 것을 몰아내고 새것을 만들어 갈, 어린 조선인들이 실현할 새로운 사회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소련에 대한 인식 변화의 추이를 점검할 수 있는 문제작인데, 한설야 단편집 『단편집(탄갱촌)』(1948)이나 『초소에서』(1950), 『황초령』(1953)에는 실려 있지 않고, 일명 ‘모자 사건’ 이후 단편소설집 『모자』(1956)나 단편집 『한설야 선집 8』(1960)에 재수록되면서 여러 부분이 개작된다.
첫째, 소련군에 대한 형상이 변화하는데, 소련군에 대한 부정적 측면은 사라지고 긍정적인 형상만이 남는다. 1946년 판본 <모자>에서는 북한에 진주한 소련 군인이 어머니와 아내, 어린 자식을 잃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나’는 북한 거리에서 펄럭이는 ‘태극기’의 붉은 빛과 푸른 빛을 보고 ‘내 가족의 잃어진 피와 움직이지 않는 파란 눈동자’를 상상하며 ‘공포’에 사로잡히며, 이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쟁을 그리워하고 괴괴한 자신의 주위에서 소음과 총소리가 필요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술에 취해서 울 수 있을 때가 그래도 행복한 시간이라고 느낀다. 그런데 1946년 판본 <모자>에서의 고통스러운 소련 군인의 모습은 1956년 판본 <모자>와 1960년 판본 <모자>에서는 사라진다. 1946년 판본 <모자>와 달리 이후 판본에서 ‘나’는 북한 거리에서 펄럭이는 ‘깃발’의 붉은 빛, 푸른 빛과 해방의 모든 빛깔들에서 ‘내 가족의 잃어진 피와 영원히 조국 하늘을 지키는 내 가족의 파란 눈동자’를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가족을 잃은 공포가 아니라 조국에 대한 희생과 충성심으로 해석된다. ‘나’는 고향에 돌아가는 즐거운 꿈을 꾸거나 풍경 좋은 C강을 보며 고향의 강을 생각하는 인물을 변형된다. 1956년 판본 <모자>와 1960년 판본 <모자>에서 ‘나’는 술에 취해서 울거나 총소리를 필요로 하는 비관적인 소련 군인이 아니라 즐거운 상상에 사로잡히거나 시를 읊조리는 낙천적인 인물로 개작된다. 또한 1946년 판본 <모자>에서는 ‘단총(권총)’을 가지고 조선인을 위협하는 소련 군인의 부정적 모습이 선명한데, 1956년 판본 <모자>와 1960년 판본 <모자>에서는 그 부분이 사라진다. 어느 날 ‘나’는 극장에서 근무하는 조선 동무가 구경을 오라고 해서 조선의 고전 음악, 무용 공연을 관람하게 되는데, ‘승무’를 보다가 울분에 사로잡혀서 극장을 뛰쳐나와서 단총을 발사한다. 극장 밖 거리에서 조그만 어린 아이 모자 때문에 가게 주인과 여인의 실랑이를 목격한다. ‘나’는 초라한 여인의 애원하는 듯한 표정을 보고 단총을 번쩍 들어, 모자를 훔쳤다고 주장하는 가게 주인에게서 여인을 구해준다. 이런 1946년 판본 <모자>의 장면은 1956년 판본 <모자>와 1960년 판본 <모자>에서는 여러 부분이 개작된다. 1956년 판본 <모자>와 1960년 판본 <모자>는 ‘단총’을 들고 위협하는 장면은 ‘돈’을 지불하는 장면으로 변하면서 가게 주인도 돈에 집착하는 악덕 상인으로 설정된다. 이는 가난한 사람을 착취하는 악덕 상인의 모습으로 변형되면서 계급적 대립 관계를 드러낸다. 이러하듯, 1956년 판본 <모자>와 1960년 판본 <모자>에서는 술에 취해서 총을 발사하거나 총을 들고 조선인을 위협하던 부분은 개작되는데, 이런 부정적인 소련 군인을 긍정적인 소련 군인으로 형상화한다. 이런 긍정적 소련 군인을 묘사함으로써 1946년 판본 <모자>에서 드러났던 감상적인 성격은 현저히 사라진다.
둘째, 전통 문화에 대한 인식도 변화한다. 1946년 판본 <모자>와 1956년 판본 <모자>, 1960년 판본 <모자>는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도 또한 다르다. 1946년 판본 <모자>에서 ‘나’는 극장에서 근무하는 조선 동무와 함께 ‘승무’ 공연을 관람하는데, 승무에 대해서 ‘제일 재미있게’ 보았으며 ‘대체로 훌륭한 심리 묘사’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종교에 구속된 중의 종교적 심리와 그 중의 인간 본능의 투쟁’을 상정하고 있다. 전반부에서는 억눌렸던 인간의 본능이 서서히 나타나다가 후반부에 가서는 인간성이 죽어가고 종교의 힘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승무는 ‘나’가 기대했던 ‘종교의 탈을 부시고 인간성을 찾아 돌아와 인간적인 정서의 발견으로부터 생활의 해방으로 발전하리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그 반대로 끝을 맺는 것이다. 그런데 1956년 판본 <모자>와 1960년 판본 <모자>에서는 ‘승무’의 전반부에 대한 내용은 1946년 판본 <모자>와 크게 변한 것이 없지만 ‘승무’의 후반부의 내용은 크게 달라진다. 1946년 판본 <모자>에서는 ‘인간성이 죽어지고 종교의 힘이 인간을 다시 지배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1956년 판본 <모자>와 1960년 판본 <모자>에서는 ‘종교 의식이 인간 의식 앞에 무릎을 꿇기 시작하며, 승리에 빛나는 인간의 희열이 떠오르며 종교적인 동작은 인간적인 동작 속에 해소되어 버리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다시 말해서 1946년 판본 <모자>에서는 ‘종교의 힘’의 승리를 말한 것이라면 1956년 판본 <모자>와 1960년 판본 <모자>는 ‘인간 의식’의 승리를 표현한 것으로 개작된다. 그래서 이들 판본은 ‘승무’를 관람한 후 ‘나’의 행동도 다르다. 1946년 판본 <모자>에서는 조선의 전통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단총(단포) 빼들고 행패를 부리는 반면, 1956년 판본 <모자>와 1960년 판본 <모자>에서는 사랑하는 가족과 어린 딸이 학살당한 너무도 아프고 사라질 줄 모르는 나의 상처를 가볍게 없애주는 것으로 설정되면서 ‘나’가 조선 동무(박준)에게 감사의 눈을 돌리는 것으로 변모한다. 따라서 1946년 판본 <모자>에서의 승무에 대한 해석은 1956년 판본 <모자>와 1960년 판본 <모자>에서는 변모하는데, 이는 1950년대 북한 문학예술계에서 진행된 ‘고전의 현대적 개작’에 대한 논의와 관련되어 변형된 것이다.
이런 한설야의 <모자>는 북한과 소련의 우호 관계(조소친선)를 보여주는 한편 새로운 사회주의 북한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면서 해방 직후 한설야의 현실 감각을 포착할 수 있는 문제작이다.
관련어 한설야
관련연구(남) 김윤식, 「북한문학의 세가지 직접성」, 『예술과 비평』, 21권, 1990.
남원진, 「한설야의 모자와 해방기 소련에 대한 인식 연구」, 『현대소설연구』, 47권, 2011.
관련자료(북) 안함광, 「북조선창작계의 동향」, 『문화전선』, 2호, 1947..
참고자료 남원진, 『한설야의 욕망, 칼날 위에 춤추다』, 광명: 경진,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