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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쓰모뽈리찌즘 [cosmopolitanism]

상세 정보 표
분야 장르별체계관리 > 이론-공통 > 이론 > 개념
9분류 개념
집필자 홍지석
시기1950년대
정의
꼬쓰모뽈리찌즘(코스모폴리타니즘)은 북한 문예에서 반동적 부르주아 사상으로 간주하여 배격하는 사상 가운데 하나이다. 1992년 발행된 『조선말대사전』에서는 이 단어를 ‘세계주의’로 번역하고 “나라와 민족의 자주성을 무시하고 매 개인의 조국은 전 세계라고 하면서 모든 사람은 ‘무국적자’, ‘세계공민’으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르죠아 침략사상과 리론”으로 정의하고 있다. 『조선말대사전』(1992)의 ‘세계주의’는 “민족적 자주권을 부인하고 유린하며 민족허무주의를 설교하고 민족문화와 그 전통을 허무주의적으로 대하도록 함으로써 미제의 세계침략책동을 합리화하는데 복무하는” 사상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
기원
꼬쓰모뽈리찌즘(cosmopolitanism)은 헬레니즘 시대 견유파 철학자 디오게네스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알렉산드로스 왕에게 자신은 어떤 폴리스에도 소속되지 않고 어디에서나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 후 스토아 철학의 영향 하에서 이 사상은 “모든 인간은 이성과 인간성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등하며 보편적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주장을 발전시켜나갔다. “평등하고 이성적인 인간들의 목적의 왕국” 또는 “영구한 평화”에 관한 칸트의 언명은 이러한 입장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변천
사회주의 초창기에 꼬쓰모뽈리찌즘은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는 『공산당선언』의 유명한 구절에 천명된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국제성에 부합하는 사상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민족’, ‘애국심’과 적대적인 꼬쓰모뽈리찌즘은 소련이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강조하는 쪽으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자 반동적인 사상으로 격하되었다. 소련에서 반(反)-꼬쓰모뽈리찌즘 운동이 본격화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로 이 시기 소련 사회 각 분야에서는 이른바 ‘뿌리 없는 꼬쓰모뽈리찌즘’에 대한 투쟁이 전개되었다. 1946년~1947년 사이에 집중된 반(反)-꼬쓰모뽈리찌즘 운동의 가장 큰 피해자가 유대인이었던 탓에 이 운동의 반(反)-유대주의적 성격을 강조하는 논자도 있다.
내용

소련의 강력한 영향 하에서 형성된 북한 문예는 일찍부터 소련의 문화논리를 따라 꼬쓰모뽈리찌즘을 부르주아 반동사상으로 간주하여 적대시했다. 1950년대 중반 김일성대학 역사학 강좌장을 역임한 리여성은 『조선미술사 개요』 (1955)에서 꼬쓰모뽈리찌즘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1) ‘세계’를 표방하여 민족문화를 말살하려 한다. ‘세계문화’는 민족문화를 버리는 데서만 얻어지는 것이라고 하여 ‘민족’ 허무주의를 유포하고 약소한 것이 강대한 것에로 용해될 것을 기대한다.
2) 꼬쓰모뽈리찌즘은 부르주아 객관주의 및, 사회개량주의에 자기동맹성을 발견하고 자기발전의 토대를 갖는다. 인민의 민족적 전통을 조소하고 서구문화를 과대히 평가함으로써 쏘베트 애국주의를 약화시키는 동시에 공산주의를 위한 쏘베트 인민의 투쟁력을 약화시키려 한다.
3) 맑스주의 철학은 모든 전(前)철학에 대한 가정 결정적인 부인으로 된다. 그러나 덮어놓고의 부정은 부정을 위한 부정이므로 문화를 무로 돌리고 문화를 파산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인류 문화의 단위인 민족문화를 파탄시키는 것이고 꼬쓰모뽈리찌즘의 구렁으로 활보하는 것이다.

초기 북한 문예에서 꼬쓰모뽈리찌즘 비판은 민족, 전통, 애국심 옹호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민족과 전통의 옹호는 폐쇄적인 국수주의로 흐를 여지가 있다. 따라서 ‘민족’ 개념을 폐기하지 않는 국제주의는 여전히 필요했다. 이것을 북한 문예에서는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라고 불렀다. 리여성(1955)에 의하면 꼬쓰모폴리찌즘과 적대관계에 있는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는 “각개 민족이 완전한 자유, 평등의 원칙에 입각하여 이기주의적, 배타주의적, 민족주의사상을 버리고 매개(每個)의 민족문화와 자주권을 절대존중하고 상호원조하면서 각민족의 진정한 평화와 행복과 번영을 공동 목표로 하여 공동단결, 공동투쟁”하는 정신이다.
1950년대에 확립된 ‘꼬쓰모뽈리찌즘’에 대한 적대적인 관점은 이후의 북한 문예에 변함없이 계승되었다. 즉 오늘날 북한 문예에서 꼬쓰모뽈리찌즘(세계주의)은 부정적인 개념으로,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는 긍정적인 개념으로 통용된다.
1950년대 북한 문예에서 꼬쓰모뽈리찌즘은 문예계 인사의 비판, 숙청과 관련된 언술에 빈번히 등장한다. 일례로 한설야는 1956년 발표한 글에서 임화의 시집 『현해탄』이 “인간증오사상, 꼬쓰모뽈리찌즘, 타락과 퇴폐주의, 고독과 세기말적 절망의 감정을 유포했다”고 비판했다. 그런가하면 안함광은 같은 해(1956년)에 발표한 글에서 이광수의 『어린 벗에게』가 “당대 조선 인민들의 정치적 각성을 반동적 연재 지상주의 사상으로 밀쳐 버리면서 허무주의와 꼬쓰모뽈리찌즘의 사상을 선전하였다”고 비판했다.

관련어 애국주의
대응어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 인터내셔널리즘
동의어 세계주의, 코스모폴리타니즘, 코즈모폴리터니즘
관련연구(남) 조승래, 「공화주의와 코스모폴리타니즘」, 『역사와 담론』, 제263집, 2012.
고가영, 「‘부르주아 민족주의’와 ‘뿌리 없는 코스모폴리타니즘’과의 전쟁: 전후 스탈린 시기 반유대주의」, 『역사문화연구』, 제49집, 2014.
관련자료(북)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조선말대사전(1)』,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92.
리여성, 『조선미술사 개요』, 평양: 국립출판사, 1955.
한설야·안함광 외, 『문예전선에 있어서의 반동적 부르죠아 사상을 반대하여 1』, 평양: 조선작가동맹출판사,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