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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하노라 [Be Glad]

상세 정보 표
분야 장르별체계관리 > 문학 > 시 > 서정시
9분류 작품
집필자 최진이
시기1954년
제작자김철
정의
<기뻐하노라>는 생명의 탄생을 소재로 한 김철의 서정시이다.
용례/관용구
전후 농촌에서 새 생명의 탄생을 기쁨에 넘쳐 맞이하는 서정적 주인공의 생활감정을 협동화의 한길로 내딛는 사회주의농촌의 밝은 미래에 대한 례찬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문학예술대사전』, DVD, 2006
내용
이 시는 1953년 7월 25일 정전으로부터 1년 3개월 후인 1954년 9월에 『조선문학』에 발표되었다. 김철의 시선집 『어머니』(1989)에 수록된 <기뻐하노라> 말미에는 “1954.10 강동군에서”라고 부기되어 있다. 이는 김철 시인의 기억의 오류로 보인다.
7. 25 전승기념 전국문학작품현상응모에서 시인의 <더는 쓰지 못한 시>가 특등으로 당선되면서 시인은 당시 시 창작의 앙양기에 들어서 있었다. 또 개인적으로는 같은 현상응모 소설부문 최고 당선작 <더는 쓰지 못한 편지>의 작가인 영예군인 여성과 연애에 성공하여 결혼생활을 하고 있던 때이기도 하였다. 함경북도 명천군 하가면에서 출생한 시인이 평안남도 강동군을 “끝없이 살고 싶은 나의 고향”이라고 시에서 표현한 걸 보면 아마도 시인은 이때 처가 쪽에 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얘들아! 아들을 낳았다!”는 이 시의 구절은 영예군인 여성과의 결혼생활에서 얻은 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이른아침 대문밖에 나섰노라

대문을 나서는 일이 시적 소재로 시인에게 다가온 것은 분명 인생에 벅찬 어떤 일이 집 문 안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눈에 들어오는 사소한 것도 예사롭지 않은 것으로 표현된다.

들에서 불어오는 훈훈한 바람은
이른 봄 향기를 가슴 가득 풍겨주고

시인은 이 시를 창작한 시기를 10월로 적어놓았다. 10월이면, 그것도 이른 아침의 바람이면 그 속에 찬 공기가 적지 않게 스며있어 으슥으슥 어깨가 움츠러들 법도 하다. 그러나 격동된 어떤 일로 가슴이 달아오른 시인은 10월의 이른 아침바람이 훈훈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아직 겨울도 오지 않았는데 바람에서 다가올 새봄의 향기마저 느끼고 있다. 그리고 마을 한복판에 일터에 나가려고 모여선 사람들에게 들린 것은 “상쾌한 아침 대기를 흔들며/높이 울리는 아기의 울음소리”이다.

싸리울바자를 바람처럼 에돌아
날쌘 처녀들이 골목으로 달린다
저편 집 대문이 활짝 열리며
“얘들아! 아들을 낳았다!”

북한의 남성들은 전쟁에 나가 전사하거나, 생존했더라도 부상당한 몸으로 돌아왔다. 몸이 성해서 온 사람은 몇 없었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히스테리를 앓는 사람도 많았다. 게다가 남하한 인구도 몇 백만이 되기에 전체적인 사회분위기는 어수선했다. 포연이 채 가시지 않은 땅에는 반토굴집에서 미처 나오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다. 북한의 베이비붐 시기로 부를 수 있는 사회 안정기 초입에 들어서려면 시가 창작된 때로부터 5~6년은 꼬박 기다려야 했다. 아래 인용 부분처럼 출생의 목소리는 시에서 기쁨의 원천이 된다.

만사람의 가슴을 뜨겁도록 흔들며
이 땅에 생을 고하는 저 목소리-
태양과 함께 우리에게로 오는
우렁찬 우렁찬 출생의 목소리여!

그리고 시인의 눈앞은 환영으로 가득 찬다. 하늘땅이 시인을 감싸 안고 빙글빙글 돌아간다.

기뻐하노라!
이 해빛
이 아침
바로 이 땅!

시인이 “바로 이 땅”이라고 하는 데는 의미가 있다. 전쟁 때 최고사령부 통신소대에서 군사복무를 한 시인이 제대한 후 고향에 오니 일가친척이 모두 남하한 뒤였다. 몇 백리 걸어 먼 친척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자 시인에게 날아온 말이 “자살하든가 남하하라.”였다. 시인은 자살하지도 남하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시에서 노래된 “바로 이 땅”은 시인 김철이 선택한 땅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아아, 천년이고 만년이고
끝없이 살고싶은 나의 고향에
또 하나 귀중한 우리의 미래
영웅의 출생을 기뻐하노라

이 시는 북한에서 사회주의 농촌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이미지로 출생의 기쁨을 노래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철은 이 시 이후로 아이의 출생을 다룬 시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 시를 쓰게 해준 여성과 이혼한 후 작가학원 동기인 박명자와 결혼하여 자식을 넷인가 더 낳았지만 그 자식들은 시 창작의 대상은 아닌 듯 했다. 그렇다고 시인에게 시 창작의 영감을 불러일으켰던 첫 아들이 시 쓸 때의 바람대로 성장해준 것도 아니었다. 이 시는 아기의 탄생이라는 소재가 서정적이면서도 낭만적인 형식의 시와 결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북한의 전후시기 시의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다.
관련어 김철
관련연구(남) 김종회 편, 『겨울밤의 평양: 북한의 시』: 국학자료원, 2012.
관련자료(북) 김철, 「기뻐하노라」, 『조선문학』, 9호, 1954.
김철, 『어머니』, 평양: 문예출판사, 1989.
사회과학원 편, 『문학예술대사전(DVD)』, 평양: 사회과학원,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