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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만 하는 사람 [People Who Only Discuss]

상세 정보 표
분야 장르별체계관리 > 문학 > 시 > 서정시
9분류 작품
집필자 최진이
시기1954
제작자박석정
정의
<토론만 하는 사람>은 박석정의 풍자시이다.
내용
박석정의 <토론만 하는 사람>은 종합시집 『승리자들』(1954)에 수록되었다가 개인시집 『박석정시선집』(1956)에도 재수록되었다. 박석정은 월북 후에도 꾸준하게 창작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1956년에는 『문학신문』 편집위원으로 이름이 올라 있다. 1960년대에 주변으로 밀려났다가 1990년대 카프가 복권되면서 북한 내에서 문학적 복권을 이루었다.
이 시는 북한의 풍자시 가운데 매우 뛰어난 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북한에는 토론을 해야 하는 회의가 많다. 이틀 및 주생활총화, 월총화, 분기총화, 년간총화 등이 있으며,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수요강연도 있다. 당원근로자들은 월요학습회의, 간부들은 토요학습회의에 참여한다. 그 밖에 상대방의 지적인 흠집을 잡는 형식인 상반기 문답식학습총화회의, 년간 문답식학습총화회의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비상설적인 각종 회의들이 부지기수이다. 이 시는 이런 회의나 토론을 주목하는 셈이다.
회의 때 반드시 토론하는 '최 부장'은 그 준비를 잘하는 것은 물론 발표도 아주 열정적이다. 그래서 처음 그의 토론 듣는 사람은 그에게 감탄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회의 지도 나온 간부들의 눈에 들기 쉽다. 왜냐면 간부들은 현장에서 최 부장과 함께 일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간부들은 이런 ‘말공부쟁이’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혁명성 없다’고 질책하기가 다반사이다.
시의 주인공인 최 부장은 회의 때 자기비판을 열성적으로 하는 것을 일 중의 일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자기비판하는 ‘일’에는 온갖 자발성과 창의력이 동원되나 업무수행에서는 그 반대다. 자기가 맡은 일은 커녕 출근조차 제대로 못 한다. 최 부장은 부회의 때면 위신이 생기고 ‘인민적 사업작풍’이 나온다. 하부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는다. 하지만 사업내용에 들어가서는 자세가 다르다. 제기되는 모든 사업에 대한 처리는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최 부장의 또 한 가지 능력은 ‘간부 앞에서 몸 옹송그리기’이다. 그 자세는 간부는 물론 간부의 부인에게까지 연장된다. 이런 일꾼에게 창발성과 창의력은 간부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그래서 간부 앞에서는 우는 소리만 나온다.

회의 때 그의 ‘솔직함’이여!
공손한 접수며
‘눈물겨운’ 자기비판
으레껏 뒤따르는 굳은 ‘맹세’가
사람도 달라진 듯………………
레코드 판처럼 쏟아져 나온다

최 부장은 자기가 일에서 범하는 결함들은 회의 때 솔직하게 자기비판함으로써 면죄가 된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래서 ‘솔직한’ 비판을 하고 나면 새 힘을 온 몸에 느끼는 것 같다. 그러니 같은 결함을 또 범해도 전혀 무섭지 않다. 최 부장의 자기비판을 액면 그대로 믿었던 부서 사람들은 달라지리라 기대한 그의 행동에 변화가 없자 부장에게 대체 일은 언제 할 채비냐고 따진다. 부장은 그 질문에 도리어 의아해 한다. 자신은 ‘토론’이라는 일을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 ‘토론’으로 부서를 지금껏 살려온 줄을 이 사람들은 모르고 있단 말인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동무들 웃지 말라요
잠깐 눈 감고 생각해보시오.
자비(자기비판)를 몇 번이나 되풀이했으며
그리고 주위를 살펴보아서
혹시야 토론꾼이 없는가를!

북한은 시인의 이런 정당한 비판에 대해 펠레톤(남의 결함을 비판하는 내용) 기사나 작품을 창작하지 말라고 금지한 결과 최 부장과 같은 인간들이 범람하는 사회로 변질되었다.
풍자시는 낡은 것, 뒤떨어지고 반동적이며 추악한 것에 대한 시인의 풍자, 조소, 야유로 비판이 실현되는 서정시이다. 북한에서 최고의 성공을 거둔 풍자문학의 대가는 백인준이다. 백인준은 미국과 같은 적대 세력에 대한 증오와 멸시, 적대감을 조롱과 분노를 섞어 풍자시로 창작하였다. 반면에 박석정은 부정적 인물과 세태를 유머와 해학을 바탕으로 하여 풍자시로 창작함으로써 현실성을 잃지 않고 있다.
관련어 박석정, 풍자, 풍자시
관련연구(남) 신형기 외,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 : 북한문학』, 서울: 문학과지성사, 2007.
이순욱, 「박석정의 삶과 문학 활동」, 『어문학』, 91집, 2006.
이순욱, 「북한문학사에서 시인 박석정의 문학적 복권과 재평가」, 『근대서지』, 6권, 2012.
관련자료(북) 박석정, 『박석정시선집』, 평양: 조선작가동맹출판사, 1956.
참고자료 이순욱, 「박석정의 삶과 문학 활동」, 『어문학』, 91집, 2006.
이순욱, 「북한문학사에서 시인 박석정의 문학적 복권과 재평가」, 『근대서지』, 6권,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