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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작품의 검열 심의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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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장르별체계관리 > 이론-공통 > 공통 > 개념
9분류 개념
집필자 오양열
정의
북한에서 문학예술작품에 대한 검열 심의 체계는 문예물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르게 적용된다.
내용
1. 문학작품의 심의 검열
북한에서 문예작품에 대한 심의는 문예물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구분되는데, 가장 복잡한 다단계 심의를 거쳐야 하는 분야는 소설, 시, 아동문학, 희곡 등 문학작품의 경우이다.
문학작품이 나오려면 모두 네 단계의 심의, 검열과정을 거쳐야 한다.
첫 번째는 소속 기관의 심의이다. 현역작가(창작사 소속의 전업 작가)들의 작품은 소속 창작사 부사장, 사장, 당 비서의 심사를 각각 통과해야 한다. 반면에 현직작가(직장 일을 하면서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의 경우에는 해당기관 당 비서의 승인만 받으면 되지만, 장중편의 경우에는 별도로 조선문학창작사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우상화 장편소설 창작집단인 4.15문학창작단 작가들의 작품은 첫 단계에서부터 중앙당 선전선동부 문학과의 지도와 심의를 받게 되는데, 문학과는 4.15문학창작단의 작품 외에는 총체적인 지도와 감시만 한다. 문학통신원 등 신인들의 작품의 경우에는 조선문학창작사 군중문학지도실의 심의를 한 단계 더 거쳐야 한다.
두 번째는 작품을 실을 출판사 등의 내부 검열부서의 검열을 받아야 한다. 이때의 검열은 예술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사상성 여부만 검토하게 된다.
세 번째는 문학작품국가심의위원회(문화성 산하에 무대작품국가심의위원회의 존재가 확인되고 있어, 이 위원회도 문화성 산하로 추정)의 검열을 받아야 한다. 이 심의위원회는 작품의 사상성과 예술성을 모두 심사하지만 예술성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출판검열총국의 최종 검열을 받아야 한다. 출판검열총국은 북한에서 발간되는 도서, 잡지, 신문 등 일체의 출판물과 문학작품들, 방송에 나갈 원고들까지 전부 검열하여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비공개 기관이다. 출판검열총국의 검열 원칙은 무조건 사상성에 기본을 두고 있다.

2. 영상예술과 무대예술 작품의 심의 검열
영화, 텔레비전 연속극 등 영상예술과 가극, 연극 등 무대예술은 시나리오(영화문학)나 대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상이나 무대에서 재현해야 하는 특성상, 심의 검열체계가 문학작품과는 많이 다르다.
크게 시나리오와 대본 심의, 제작 후 심의의 두 단계로 나뉜다. 문학작품과는 달리 중앙당 선전선동부 담당과의 직접적인 지도와 심의 검열을 받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영화문학창작사와 4.25영화문학창작사에서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먼저 소속 창작사의 당 비서, 사장, 부사장 등으로 구성된 내부 심사위원들이 사상성과 예술성은 물론, 영화 제작이 가능한가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내부 심사에서 통과되면 중앙당 선전선동부 영화과의 승인을 받아 조선예술영화촬영소나 4.25예술영화촬영소로 넘어가 제작이 진행된다. 영화는 연출, 촬영, 배역 분담 등 영화 제작의 전 과정이 촬영소 당 위원회의 지도 밑에 완성되는데, 제작이 완성된 후에는 문화성의 심사를 거쳐 다시 한 번 중앙당 선전선동부 영화과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선전선동부 고위급의 심사를 통과하면 최종적으로 김정일이 직접 영화를 보고, 잘된 점과 수정·보완해야 할 부분을 구체적으로 평가 지적했다고 한다.
텔레비전 연속극의 심의는 우선 대본이 중앙방송위원회 텔레비전총국의 내부 심의를 거쳐 출판검열총국의 심의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제작이 완성된 후에는 다시 내부 심의와 출판검열총국의 검토를 거쳐 중앙당 선전선동부 방송과의 최종 심의를 받아야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될 수 있다. 텔레비전 연속극의 이와 같은 심의체계로 인해 방영과 함께 제작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신인의 대본작품을 연속극으로 제작할 경우에는 영화문학창작사의 군중문학지도실의 심의를 한 단계 더 거쳐야 한다.
가극, 연극은 어느 창작가 개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소재 선택과 완성에 이르기까지 중앙당 선전선동부의 지도 밑에, 그리고 집체창작의 원칙에 의해 만들어 지고 있다고 한다. 김정일이 권력의 전면에 나서기 전 1980년대까지 창조된 <피바다>식 혁명가극과 <성황당식>혁명연극 등 수십 개의 작품들의 소재는 대부분 김정일의 직접적인 지시에 의해 선택되었으며, 예술단체에 의해 선택된 소재라 할지라도 김정일의 비준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가극과 연극의 대본 역시 출판검열총국의 검열을 통과해야 무대에 옮길 수 있다.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전 과정에서 수시로 예술단 당위원회와 문화성, 중앙당 선전선동부 예술과의 지도가 뒤따르며, 완성되면 두 기관의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중앙당 선전선동부 고위급(부부장, 즉 차관)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과거 김정일이 직접 소재 선택을 지시한 작품은 최종적으로 김정일의 심사를 받았다.
중앙전문예술단체의 음악무용종합공연 등도 문화성과 중앙당 선전선동부 예술과의 심사와 검토를 받아야 공연이 가능하며, 시도 예술단의 경우는 각 시도 당 선전부의 지도와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밖에 북한에서 가사문학이라 부르는 노랫말 심의도 문학작품 심의체계와 같은 절차를 거친다. 노랫말에 곡이 붙여지면 문화성과 중앙당 선전선동부 예술과의 심의를 거쳐 김정일 생전에는 마지막 단계에서 김정일이 직접 검토했다고 한다.
김정일 시대의 보천보전자악단과 왕재산경음악단이 직접 창작한 가요는 다른 심사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김정일의 심의를 받아, 김정일의 높은 평가를 받을 경우 ‘명곡’으로 부상했는데, 이는 김정은이 직접 창단한 모란봉악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가사문학(노랫말)을 전문으로 하는 시인들은 노랫말을 지어 최고 통치자가 편애하는 예술단에 보내려고 줄을 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가계 우상화, 당 정책 선전 선동, 건설과 혁명에의 고무 추동, 인민대중에 대한 계급교양 등 체제 유지를 위한 ‘강위력한’ 수단으로서 문학예술작품의 효과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따라서 문학예술작품에 대한 심의 검열 체계는 현재의 일인 지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여러 단계에 거쳐 철저하게 심의와 지도, 검열과 통제를 가할 수밖에 없는 체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모든 작가들은 작품 창작 사후 심의 단계에서 뿐만 아니라 사전 계획 단계에서도 문예총과 작가동맹(해당 지부)을 통해 당의 통제를 받는다. 작가동맹을 통해 당의 창작계획이 하달되면 작가들은 그 범위 내에서 각자의 창작계획을 월별, 분기별, 연간 등으로 구분 제출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작품 주제는 당연히 정해 놓은 범위 안으로 제한된다. 작품의 주제를 일정한 비율로 배분, 자신의 창작 계획을 세운 작가들은 작가동맹(해당 지부)을 통해 당의 비준을 받아야 하며, 이후 모든 창작 활동은 역시 작가동맹(해당 지부)을 통해 ‘집체적 유일심의 방법’이라는 검열을 통해 검토, 비판받는다.
관련어 집체적 유일심의 방법, 문학작품국가심의위원회, 선전선동부, 출판검열총국
참고자료 이명재, 『북한문학사전』, 서울: 국학자료원, 1995.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북한 예술단체 총람』, 서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1.
오양열, 「남북한 문예정책의 비교연구」, 박사학위논문, 성균관대학교, 1997.